우리가 누구로 태어날지 모른채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면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입력 2023-04-20 10:46   수정 2023-04-20 10:52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는 전 세계 모든 민주주의 지도자가 원하고 바라는 목표다. 하지만 ‘자유’와 ‘정의’라는 가치는 서로 자주 상충하며, 한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일종의 딜레마와 같다.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던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이라는 혁명적인 사고 실험을 통해 자유와 정의가 보장되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사회 공동체를 구상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자신이 그 사회 공동체에서 어떤 존재가 될지 모른다. 부자가 되거나 가난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여자이거나 남자일 수 있고, 백인이거나 또는 흑인일 수도 있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회 공동체를 만들고 싶을까? 롤스는 사회적 배경을 알지 못하는 ‘원초적 상황’에서 사회계약을 하게 될 때, 누구든 ‘최소수혜자’나 ‘사회적 약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 사회를 설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자유와 평등(Free and Equal)>은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우아한 사고 실험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런던정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대니얼 챈들러(Daniel Chandler)는 오늘날 우리 세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불평등과 환경파괴 등 여러 위기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롤스를 재발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능, 소득, 부, 성별, 인종 등이 모두 가려진 무지의 장막 뒤로 우리를 데려다 놓으며, 그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상상해 보자고 제안한다.

인간적이고 평등한 자유주의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전 세계에 만연한 정치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청사진을 펼쳐놓는다.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되는 보편적 기본소득, 현재 영국 국민 소득의 약 33%에 해당하는 세금을 45~50%로 올리는 과감한 증세, 사립학교 폐지 등 책에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다소 도발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저자의 구상들이 소개된다.

“낮은 세금은 성장을 촉진하고 높은 세금은 성장을 억제한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는 전체 세율이 10~15%포인트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이후 미국과 비슷한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 상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주장이 현실에서 모두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새로운 논의의 시작을 위해 유토피아적인 아이디어들을 가감 없이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 책은 환상적인 책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평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론화에 참여할 철학자가 필요합니다. 책에서 저자는 야망 있는 평등주의 의제에 대한 도덕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로드맵을 소개합니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가 <자유와 평등>에 남긴 추천사다.

홍순철 북칼럼니스트·BC에이전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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